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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9. 01:16 오소마츠상/글
한가한 토요일 오후. 마츠노가(家)는 소파에 누워 잡지를 뒤적이는 오소마츠와 구석에 앉아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는 이치마츠 둘만이 평소처럼 무의미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차남은 헌팅, 삼남은 레이카 콘서트, 오남은 야구연습, 막내는 알바. 원래라면 오소마츠도 경마장에 갈 예정이었으나 어제 새로 열린 빠칭코에서 가진 돈을 전부 탈탈 털렸기 때문에 이 좋은 날 방에 처박혀 몇 번이고 읽은 잡지만을 지루한 얼굴로 넘길 뿐이었다.
냐냐 울어대는 고양이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오소마츠가 잡지를 집어던지곤 온몸을 바둥거렸다.

"으아아아아아! 심심해! 조용해! 심심해심심해심심해심심해!"

"!! ...아!"

갑작스런 오소마츠의 발광에 이치마츠가 몸을 움찔한 사이 고양이가 후다닥 도망가버렸다. 고양이가 사라져버린 창문을 향해서 손을 뻗은 이치마츠는 눈물을 글썽였다. 겨우 친해진 친구였는데... 라며 우울함에 빠져들려는 이치마츠의 등에 몸을 기대며 칭얼대는 사람이 있었으니.

"오..소마츠 형..."

"이치마츠~ 이치마츠는 횽아랑 놀아줄거지? 다른 냉정한 녀석들이랑은 달리 이치마츠는 착한 아이니까~"

"...나 바빠."

"에엥~? 하나도 안바빠보이는데? 놀아줘 놀아줘 놀아줘어~"

그거야 니가 고양이를 쫓아버렸으니까 그렇겠지!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걸 꾹 참은 이치마츠는 순간 고개를 휙 돌렸다. 입술을 삐죽 내민 얼굴이 얄밉다.

"...뭐 하고 놀건데."

"앗! 놀아주는고양? 역~시 착한아이라니까~ 싸랑해용~"

파래진 얼굴로 쪽쪽 뽀뽀하는 오소마츠를 밀쳐낸 이치마츠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오소마츠를 올려다봤다.

"트럼프?"

"음~ 음음~~~ 트럼프도 좋지만 둘이서는 좀... 으으으음~~~~ 아! 끝말잇기 하자! 카드뮴!"

"에. ......~윽..."

"꺄! 이치마츠 할거 없지? 횽이 이겼당~ 이치마츠 벌칙~"

"큭, 형이 심심하다고 해놓고선 비겁하게!"

"아아아아~ 안들려~ 고양이 남자 이치마츠를 한방에 쓰러트린 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님의 승리! 자! 이치마츠여 순순히 벌칙을 받도록 해라!"

뻔뻔한 얼굴을 한 채 자신을 가리키는 오소마츠를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버리는 이치마츠는 왜 밖에 나가지 않았는지를 후회하며 한숨을 내쉬는 사이 오소마츠의 손에 떠밀려져 바닥에 쓰러졌다. 자신의 머리 옆에 두 손을 받치고서 내려다보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이치마츠는 당황한 얼굴을 한 채 망연히 오소마츠를 올려다봤다. 스윽 얼굴을 내린 오소마츠는 몇 센치도 안되는 거리에서 히죽 눈을 접어 웃으며 입술을 할짝였다.

"이치마츠~ 횽이 지금부터 뭘 할 것같아?"

"...아..."

"세크로스?!"

콰당! 문을 밀치고 등장한 쥬시마츠의 모습에 둘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의 정적. 그리고. 정신을 차린 이치마츠가 빨개진 얼굴로 으아악 소리를 내지르며 오소마츠를 밀쳐버리고는 고양이로 변해 좀 전에 도망친 고양이처럼 창문을 통해 휙 도망가버렸다.

"에. 세크로스 안해?"

"...이치마츄..."

소매가 긴 팔을 입에 가져다대며 묻는 쥬시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는 좀 전의 이치마츠처럼 창문을 향해 손을 뻗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201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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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