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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 9. 00:59 오소마츠상/글
햇빛이 뜨겁게도 내리쬐는 여름날, 이치게르게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 채 납작하게 늘어붙어 있었다. 그러기를 한참 점점 녹아가는 이치게르게를 지나가던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작은 손으로 툭툭 치고는 금새 흥미를 잃은듯 쌩하고 달려가버렸다.
그리고 또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몽실몽실한 노란 털이 귀여운 쥬시게르게가 작은 나무막대기를 들고 지나가다 슬라임처럼 변해버린 이치게르게를 발견했다.

"아! 이아아..!"

쥬시게르게는 반가운 울음을 내며 녹아버린 이치게르게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손에 든 막대기를 휙휙 휘저으며 울어대는 쥬시게르게의 모습에도 이치게르게는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쥬시게르게는 이치게르게의 옆에 딱 달라붙은채 확 하고 이치게르게를 뒤집었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벌겋게 익어버린 이치게르게의 모습에 쥬시게르게는 깜짝 놀라 이치게르게를 질질 끌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 눕혔다. 삼초쯤 후 쥬시게르게는 이치게르게의 몸을 흔들었다. 반응이 없는 이치게르게를 보며 고개를 갸웃. 또 삼초쯤 후에 다시 이치게르게의 몸을 흔들길 수십번을 반복하던 쥬시게르게는 '이이아-'하는 소리를 내며 양손을 퍼덕거리며 이치게르게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치...게..르...게... 혀...엉...!"

쥬시게르게의 외침에도 깨지 않는 이치게르게를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던 쥬시게르게는 곧 꾸물꾸물 기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쥬시게르게가 나타난 곳은 아이스크림 가게 앞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는 것을 발견한 쥬시게르게는 여학생들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고정한 채 빤히 바라봤다.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던 여학생은 쥬시게르게의 시선을 느끼곤 몸을 숙여 쥬시게르게를 마주봤다.

"이게 먹고싶니?"

"아이!"

눈을 빛내며 손을 뻗는 쥬시게르게의 모습에 여학생은 귀여워~ 하며 아이스크림 콘의 아래쪽을 똑 분질러 자신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조금 푸고는 쥬시게르게에 내밀었다.

"아이스! 이..아아.. 형.. 위험... 형... 위험..."

활짝 웃는 얼굴로 게르게 사이즈의 미니 아이스크림을 받아든 쥬시게르게는 입을 앙- 벌렸다가 이내 멈칫하곤 이치게르게가 쓰러져 있는 그늘로 맹렬하게 기어갔다. 그늘 밑에 그대로 녹아있는 이치게르게에게 다가간 쥬시게르게는 어눌하게 아이스! 아이스! 외치며 이치게르게의 입에 힘들게 얻어온 아이스크림을 가져다댔다. 쭉 빼문 혀에서 느껴지는 달콤하고 시원한 감각에 이치게르게는 무의식적으로 혀를 날름거렸다. 곧 통째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에 쥬시게르게는 그제야 기쁜듯 웃으며 이치게르게의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다. 잠시후 아이스크림을 전부 삼킨 이치게르게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시끄럽게 울고있는 쥬시게르게를 바라봤다.

"...고...마..어..."

"아이!"

이치게르게의 감사인사에 쥬시게르게는 이치게르게에게 달려들어 확 안기며 부비작거렸다. 이치게르게는 짧은 팔로 엉겨오는 쥬시게르게를 밀어내려다 지쳐 포기하곤 야구? 야구? 하고 물어오는 쥬시게르게를 외면했다.


201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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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시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