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시마님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2017. 1. 29. 19:01 24/글
20xx년.
안타는 쓰레기인 이치마츠는 형이 보내주는 돈으로 거의 방 안에서만 처박혀 생활하는 히키코모리다. 밖에 나갈 때는 고양이를 만날 때 뿐. 그런 이치마츠에게 돈을 보내주는 형은 과학자로 한창 이슈가 됐던 인간형 로봇을 제작하는 회사의 직원이다. 제법 높은 직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아무리 인기인 인간형 로봇을 제작하는 회사의 직원이라고 해도 말단이 이렇게 매번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을 보낼 수 있을리 없으니까다. 형에게는 매우 감사하고 있다. 이런 안타는 쓰레기도 돌봐주고.

가장 친하던 친구가 죽은 요즘은 고양이를 만나러 밖에 나가는 것도 지친다. 그래서 형에게 고양이형 로봇을 한 마리 부탁했다. 실제 고양이와 같은데다 늙고, 다쳐도 금방 수리할 수 있고. 그래. 분명 고양이 로봇을 부탁했을 터였다.

"안녕. 이치마츠! 난 카라마츠라고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하?"

"오소마츠가 이치마츠를 잘 돌봐주라고 하더군! 앞으로 이치마츠와 함께 살게 되었다!"

"...하아아아?"

무슨 개소리야 지금. 나와 사는게 정말 기대가 되는듯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을 뒤로 하고 얼른 오소마츠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이찌마쮸~ 내가 보낸 선물은 잘 도착 했어?]

"이거 뭐야. 내가 부탁한건 분명 고양이 로봇이었을텐데."

[아항~ 그치만 고양이 로봇보단 인간형이 더 편하쟝~? 집안일도 해주고~ 난 이치마츠 네가 걱정이란 말이지~ 고양이라도 보러 바깥에 나가지 않으면 계속 집에만 있을테니까. 그리고 우리랑 완전 닮았지~? 낯을 많이 가리는 이찌마쮸에 대한 이 횽아의 배.려.♡]

"......"

따발총처럼 쏘아지는 잔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라마츠가 보인다. 확실히 처음엔 형인가? 했을 정도로 닮았다. 아니라는건 바로 알아챘지만. 짙은 눈썹과, 순진하게 웃는 얼굴. 그리고 단단해 보이는 몸. 한숨을 내쉬자 수화기 너머로 다시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리고 카라마츠는 '연인'용으로 제작된 로봇이라 스킨십이 좀 많을거야~ 가장 최신 로봇으로 빼오느라 그런 부작용이 좀 있지 뭐야? 그건 애교로 봐줘♡]

"하아?!"

연인용이라는건, 즉...

"이치마츠. 전화는 끝났나?"

"히익-!!"

뒤쪽에서 갑자기 껴안아와 몸이 경직된다. 단단하고 따뜻한 몸이 나를 끌어 안고 어리광 부리듯 얼굴을 묻는다. 단단한 근육이 말랑한 살을 누르며 체온을 전한다. 사람에게 안기는 생경한 감각에 머리가 뱅글뱅글 돌며 진정하려 애썼다. 이건 로봇이다. 로봇. 최신형이라더니 정말 사람처럼 따뜻하고, 살내음이 난다. 아니, 살내음이라니 뭐야. 변태같이! 애초에 인간형 로봇을 만져본 적도 없고! 그보다, 그보다..! 언제까지 끌어안을 셈이지? 연인용따위 필요 없다고! 애초에 남성형이고, 여자용이잖아! 이왕이면 여성형 로봇으로 보내줬으면 좋을텐데...

"히잇..!"

"뭘 그리 생각하는가-? 이치마츠의 몸은 부드러워서 기분 좋군."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와 몸이 감전된 듯 찌르르 했다. 목에 숨결이 닿아 간질거린다. 분명 전신이 빨개졌을 테다. 쓸데 없이 좋은 목소리다. 여자였다면 좋아했겠지만 나는 필요 없다고! 연인따위 필요 없으니까! 속으로 소리치며 나를 안고 고롱대는 카라마츠를 팍 밀쳤다. 웃는 낯으로 바라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눈을 마주칠 수 없다. 로봇이라고 해도 인간과 똑같고...

"가, 갑자기.. 끌어 안지마..! 그, 같이, 살지만, 나, 나는 네 연인 같은게 아니니까..!"

못 알아 들은 듯 고개를 갸웃 한다. 그렇겠지. 사람 같아도 로봇이고, '연인'이라고 입력 되어 있을테니까. 하는수 없이 말을 조금 수정 했다.

"그..러니까, 부, 부끄러우니까..! 스킨십은 금지..!"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런 말으으을..!! 몸에서 후끈후끈 열이 난다.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생긋 웃는다.

"오우! 알았다. 나의 리틀 키티는 샤이 보이로군~?"

"......하?"

단번에 몸이 진정 됐다. 뭐야 그 썰렁한 대사는. 짜게 식은 얼굴로 바라보니 손가락을 튕기며 윙크 한다. 스킨십은 금지. 잘~ 알아 들었다구~? 마이 허니~?

"오소마츠 혀어엉..!!!"

[뭐야 이찌마쮸~ 우리 전화한지 10분도 안됐거든~? 그렇게 횽아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거~?]

"저, 저저, 저녀석 뭐야! 소름 돋는다고! 리, 리틀..키티.. 라든가! 허.. 허.. 허... 아무튼! 저거 좀 이상하다고!!"

[아아~ 사실 그, 대사 쪽에 문제가 있어서~ 프로그램을 수정하려고 해도 안되더라고? 폐기될 예정이었는데 내가 이찌마쮸를 위해 빼왔지! 다하하!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나라도 최신형을 바로 줄 순 없다고~? 엄청 비싸니까! 그래도 이 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님쯤 되니까 빼올 수 있었던거라고~? 감사하...]

뚝.
아. 망했다. 벌써부터 위가 쓰려오는 것 같아. 저거랑 같이 살라니. 그냥 죽을까... 아니. 오소마츠를 죽이자. 생글생글 웃고 있는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를 어떻게 죽이면 완벽하게 죽여버릴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24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육로리] 첫 자위  (0) 2017.09.01
[체육로리] 실연  (0) 2017.09.01
[체육양호] 첫 경험  (0) 2017.01.09
주정  (0) 2017.01.09
다정한 괴롭힘  (0) 2017.01.09
posted by 시마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