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4일. 발렌타인데이. 원래라면 잔뜩 시끌시끌할 학교가 유난히 조용하다. 이유는 며칠 전에 내린 "초콜릿 금지령" 탓이다. 2월14일 단 하루는 간식류는 일절 금지, 매점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가방검사를 하지는 않지만 몰래 주고 받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바로 압수 처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몇몇 운 나쁘게 걸린 사람들을 제외하곤 대체로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마츠노... 기대하더니, 무척 실망했었지..."
교직원 회의에서 나온 결과를 미리 말해주었더니 충격 받은 얼굴을 하던 카라마츠를 떠올리며 이치마츠가 피식 웃었다.
`올해는 한 개는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후. 마츠노가 오면 코코아나 타줘야겠다.`
이치마츠는 시무룩해져서 들어올 카라마츠를 떠올리며 머그컵을 씻어 뒀다.
*
언제나처럼 양호실 문이 덜컥 열렸다. 환한 미소를 지은 카라마츠는 금세 이치마츠의 앞으로 달려왔다.
"티쳐~!!"
"...마츠노?"
왜지. 왜 저렇게 씩씩하지? 분명 기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끼린 몰래 주고 받는다는 얘긴 들었지만...
`...설마 나한테 주려던 게 아니었나?`
김칫국도 그런 김칫국이 없다. 이치마츠는 순식간에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죽고 싶다... 쓰레기 주제에 무슨 착각을 한 거야... 올해는 하나는 받을 수 있을거라느니... 주제도 모르고...
"저기, 티쳐-?"
"...아아, 응... 왜?"
카라마츠는 갑자기 가라앉은 이치마츠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대답하자, 뭔가 꼬물꼬물하던 카라마츠가 반짝거리는 포장지에 감싸인 상자를 쑥 내밀었다.
"...응?"
"이거, 압수해 주세요-!!"
"하...?"
벙찐 얼굴로 반짝이는 상자를 바라보다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니 붉어진 얼굴로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아아. 마츠노마츠노마츠노...!`
"...좋아. 이건 압수. 돌려달라고 해도 안돌려준다."
"♡...!! 네엣-!!"
"후... 여기 앉아. 코코아 타줄게."
"앗! 티쳐어~♡"
감격한 목소리를 내며 냉큼 자리에 앉는 카라마츠의 모습에 또 웃음이 새어나온다. 결코 마츠노에게 초콜릿을 받아서 기뻐서 그런 것이 아니다.
"...너만 특별히 주는 거니까."
"?!!"
수줍게 툭 던지는 말에 카라마츠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